News/다른 소식

손주은 "차라리 깽판을 쳐라”

소페르나 2011. 11. 8. 00:46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이 50만원 하던 시절 연 2억원을 벌던 과외선생, '손사탐'이라 불리며 수천명의 수강생을 몰고 다니던 유명 학원강사, 그리고 지금은 시가총액 8000여 억원의 메가스터디 대표, 손주은 회장(50).

지난달 27일 기자는 서초동 메가스터디 본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가 마흔 때 했다는 동영상 강의를 보았다. 태어나서 그렇게 색깔분필을 많이 쓰는 선생은 처음이었다. 노랑 파랑 빨강 분필에다, 별표도 한 개짜리, 두 개짜리, 세 개짜리, 거기에다 가는 선과 분필 눕혀서 굵게 그린 선 등 분필들의 호화 경연장이었다.

"여러 색깔을 쓰면 저 스스로 집중력이 생기고, 그 집중력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거죠. 애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요? 제발, 너희들은 이거 까먹으면 안돼, 제발 좀 알아줘야 해, 정말 중요한 거야, 뭐 그런 절규에요. 소리치는 거에요." 기자는 이 정도 열정, 이 정도 진정성이면 힘들어 하는 청춘들에게 메시지를 줄 자격이 된다 싶었다.



"공부로 구원을 받는다? 기득권 뒷다리만 잡을 뿐이다"
동영상 강의 얘기를 다시 꺼냈다. 10년 전 동영상 속의 손사탐은 "공부말고 니들이 구원 받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목숨 걸고 해봐, 이넘들아. 알겠어?" 고교생들에게 거의 '협박'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20대 후반이 돼있을 이들에게 또다시 "취업공부, 고시공부말고는 니들이 구원 받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목숨 걸고 해봐. 알겠어?"라고 협박할 것인가, 기자는 따지듯 물었다. 대답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목숨 걸고 공부해도 소용없습니다. 생각이 모자랐어요. 이젠 신자유주의 시대 아닙니까?" 국내 최고의 사교육업체 대표가 "목숨 걸고 공부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다 소용없다고, 그것도 신자유주의 시대라는 이유로 말이다.

"취업공부, 고시공부에 목매는 건 두렵기 때문이에요. 경쟁에서 밀리면 끝이다, 안전망이라도 찾자는 거죠. 양극화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발버둥일 뿐입니다. 공부해서 취업한들 대기업 부속품밖에 더 됩니까. 얄팍한 인생밖에 더 됩니까. 이제 공부는 구원이 아니라, 기득권층 뒷다리만 잡고 편하게 살자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기자는 잠시 멍했다. 사교육으로 돈 버는 회사 대표라면 "신분 상승하려면 공부뿐이다", "몇 년만 참으면 인생 바뀐다"고 해야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아닌가.

그는 "메가스터디가 나쁜 기업일 수도 있다"고 했다. "메가스터디는 컸는데 젊은이들이 절망적 상태에서 꿈도 못 꾼다면 엄청나게 나쁜 기업이죠. 몸에 안 좋은 약 파는 짓보다 더 나쁠 수 있죠.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매출의 덫에 빠지지 말자고 해왔지만 교육보다 기업에 더 관심을 뒀던 것 같고. (인터뷰 하고 있는) 지금처럼 CEO의 가면을 벗고 싶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도 얄팍한 수작일지 모르고…"



"좀 '깽판'도 치다가 다른 길로 치고 들어가라"
공부해도 소용없는 이유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랬다. "가진 사람들이 부를 세습하는 장치들이 너무 단단해요. 가진 사람들이 자식들을 위해 너무나 튼튼한 안전장치를 만들어놓고 있어요. 그래서 공부 잘한다고, 명문대 나온다고 중산층으로, 그 이상으로 올라가긴 쉽지 않아요. 대학 잘 가는 건 경쟁력 요소의 하나일 따름이지, 그렇게 큰 경쟁력은 아니라는 거죠." 어차피 바닥부터 시작해서는 아무리 공부 잘해도 중상층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체 어쩌란 말인가. 죽도록 공부해봐야 얄팍한 인생 면하기 힘들다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손주은은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꺼냈다. "마르크스 혁명론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어떤 기술적 변화, 기술적 혁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잡스가 보여주었던 변화, 남들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창의성, 이것이 미래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손주은은 "깽판도 칠 수 있는 젊은이들이게 미래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대학 잘 간 애들이 보이는 행태가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려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깽판도 좀 칠 수 있는 애들한테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차라리 기득권의 안전장치가 없는 곳, 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넘 볼 수도 없는 다른 길로 팍 치고 들어가라는 거지요. 어차피 그들의 안전장치는 쉽게 풀리지 않거든요. 다른 길에서 승부하라는 거지요."

그러면서 손주은은 하나 더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너무 튼튼한 안전장치는 만들지 마라는 것, 그건 어른으로서의 작은 당부이지요."

손주은은 새로운 사교육 모델을 구상중이다. 학생들 역량을 평가해 공부 잘할 수 있는 학생, 공부는 안 맞아도 다른 걸 잘할 수 있는 학생을 판별해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러면서 이익은 얻지 않는 것. 그가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알만했다.




"영혼의 울림에 몰입하면, 상상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

남들이 안 해본 극한의 경험을 해서 그런지, 청년들에 대한 그의 당부는 철학적이었다. '무엇을 하고 살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지' 천착하는 것, '얄팍한 중독'이 아니라 '영혼의 울림에 몰입하는 것', 그래서 '농구공이 골대에 빨려 들어가듯 자신을 어딘가에 갖다 꽂는 것'이었다.

"시급알바하며 용돈 벌고, 남는 시간 여자친구 만나고 게임하고, 하루하루 그렇게 보내면서 바쁘다고 하고. 도서관 가서 시험공부 취업공부 좀 열심히 하면 그걸 몰입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얄팍하게 살다가는 답이 안 나옵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너희가 지금 하고 있는 경험은 폭도 작고, 엉터리경험, 가짜경험, 기성의 논리에 편입되는 경험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하고 싶은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까. "그간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입니다. 난 이렇게 살았다, 저렇게 살았다, 잘했다, 성공했다, 노력을 덜했다, 이런 차원의 반성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 '가치'의 문제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거죠.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빨리 안전망이나 찾자는 건 아닌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게 몰입인지 중독일 뿐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바로 거기서 답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청춘이기 때문에 더 자기인생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기인생의 본질에 충실한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죠. 하지만 8800만원을 벌어도 눈치 봐야 하고 속으로 절망할 수 있어요. 반대로 88만원 밖에 못 벌어도 내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당당할 수 있어요. 물론 당장은 큰 결과를 못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자기내부에 양심과 영혼의 울림을 가지고 있다면, 그 울림에 귀 기울이고 몰입한다면, 그래서 모든 걸 던진다면, 상상 이상의 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지요."

청춘들은 많이 불안하고 초조한데, 그렇다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고시에 패스하면 그 불안은 가실까. 손주은의 얘기대로 갈비뼈 윙윙거리는 영혼의 울림을 가지고, 그 울림에 모든 것을 꽂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도 오히려 덜 불안하고, 덜 초초하지 않을까.



----


오오 제가 꾸려왔던 생각을 말끔하게 정리해주는듯한 인터뷰입니다.

저는 강의를 직접 들어본적은 없지만 유명한 분이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은근 쿨(?)하면서도 웜-하티드한 사람이라는 느낌이..ㅎㅎ

어쨌든 이번에 뉴스를 통해 오랜만에 접하게 되는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내용이 제가 평소 하던 생각과 비슷해 놀라면서도

제가 놓치던 부분까지 잡아주는 내용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확실히 자기가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하는 현 세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보이네요.

저도 또한 안타깝구요...


제 사회학 관련 부에 있는 한 친구와 요새 이런 류의 대화를 많이 하는데,

정리되면 언젠가 소개할 날이 오겠지요

사실 제 소신을 밝히기 민망해서 그럽니다.. 네 ...=_=ㅋㅋ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영광있기를 바랍니다. 화튕!!!

그전에 누가 나 좀 구원해주오...으어으어ㅠㅠㅋㅋ

회의주의 혹은 비관주의..음

하랄랄라 =_ =...



출처: http://news.mt.co.kr/mtview.php?no=2011110416553915832